드림엑스 뉴스 : [칼럼]트라우마와 세월호 4주년

텍스트 크게 텍스트 작게 인쇄하기

[칼럼]트라우마와 세월호 4주년

아시아투데이 2018-04-16 06:16



[아시아투데이] 방정훈(hito@asiatoday.co.kr)
이황석 문화평론가·한림대 교수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인 때 필자는 죽을 뻔한 경험이 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친형과 설악산 등반을 하고 하산하는 길이었다. 2박 3일의, 우리 딴엔 ‘대장정’이었던 설악산행은 내설악에서 시작해 외설악에서 끝났다. 외설악의 비선대를 지나 설악동으로 빠져나가기 전 우리 형제는 산행의 대미를 라면을 끓여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형은 버너를 달구고 필자는 코펠을 들고 깨끗한 물을 뜨러 계곡물을 가로질러 올랐다. 맑은 계곡물의 깊이는 가늠이 안 된다. 그 사실을 모르는 어린 나이의 필자는 그대로 3m 깊이의 계곡물에 수직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위가 파여 못을 이룬 계곡물은 필자를 삼키고 놓아 주질 않았다. 당황한 끝에 허우적거리다 보니 몸은 더 무거워지고, 한 번, 두 번, 세 번 물 위로 몸을 힘껏 솟구쳤으나 거기까지였다. 네 번째는 나올 수 없었다.
깊은 계곡물 아래, 어떤 형언하기 어려운 깊이로 몸이 빨려 들어갔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열여덟의 일생은 파편화돼 이미지로 쏟아져 왔다. 지금 복기해 보면 영화의 짧은 트레일러 분량도 안 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지막 네 번째 수면 아래는 의외로 평안했다. 거기까지였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나선 그 평안함이 오히려 더 무섭고 기분 나쁘게 스멀거리며 다가왔다. 그 사건 이후 필자는 몇 년을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꿈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꿈에서 깨면 살아있는지 몸을 더듬어 확인했어야만 했다. 그 악몽은 필자가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야 사라졌다. 그렇게 네 번째 수면 아래 기억은 필자의 젊은 시절을 지배하기 충분했다. 매우 평범하고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간혹 마음이 흔들리거나 스트레스가 많았던 때면 영락없이 열병을 앓는 것처럼 몸과 마음에 그 죽음의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 들어왔다. 그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라는 사실은 좀 더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됐다.
당시 상황은 매우 똑똑히 기억된다. 네 번째 수면 아래로 빨려들어 가기 전, 앞선 세 번의 허우적거림으로 입수와 출수를 반복했던 생사를 가르던 그 짧은 순간은 생각보다 매우 길었고 상상보다 더욱 더 두려웠다. 물 밖으로 몸을 솟아봤을 땐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히 인지됐다. 직선거리로 2~3m도 되지 않은 거리의 계곡 옆 바위 위는 삶이 허락된 공간이건만, 온 힘을 집중할수록 오히려 물은 필자를 놓아주지 않았다. 주위의 등산객은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았고 필자의 형 역시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고 서 있기만 했다. 간절함도 원망도, 온갖 감정들이 교차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주변의 사물들에 대한 연민과 아쉬움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삶의 마지막 외침은 입안의 한 움큼도 안 되는 물로 가로막혀 입 밖으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그저 물을 허우적여 살려달라는 소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네 번째 수면 밑에서, 죽음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겼다. 누군가 필자의 머리를 낚아채 끌어 올리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깨어나고 나서 나중에서야 그 사람이 필자의 형이었음을 알았다. 너무 허우적거려 같이 죽을 수 있다는 판단에 힘이 빠지길 기다렸다고 한다. 현명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중 어느 시점에서 동생을 구하고자 물속으로 들어왔다면 필자는 부모님께 더할 수 없는 불효를 끼쳤을 것 같다. 지금 사랑하는 아이들도 대견스러운 조카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열여덟의 나이에 겪었던 필자의 경험을 무용담처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과장 없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시간의 공포와 두려움을 전하고자 함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다. 33년 전의 일을 새삼 복기하는 것은 오늘이 4월 16일이기 때문이다. 왠지 긴장되고 몸이 다시 굳어오는 느낌이 든다.
사월, 250명이나 희생된 아리따운 열여덟의 소년·소녀들과 일반인 희생자를 합쳐 모두 304명의 영혼이 파도에 떠밀리고 바위에 부딪히며 천 개의 바람으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것 같다. 또한 생존 학생들은 필자의 열여덟 기억처럼 오늘도 어떤 악몽으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날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그 가족은 홀로 남겨진 아이를 남기고 어찌 이 땅을 떠나 하늘로 날아가겠는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세월호 탑승 화물차 운전기사는 오늘도 더 못 구한 것을 자책하고 있을 터인데…. 왜 진실을 알고 있을 자들은 침묵하고 있는가? 그들 역시 편히 잠을 못 이룰 터인데….
이제 실체를 알려 산 자와 죽은 자를 위로하고 떠나보낼 수 있는 자, 즉 진실을 아는 자가 만약 한 명이라도 있다면 유가족 앞에 나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고백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세월호 4주년 4월을 맞아 조심스럽게 염원해 본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文대통령 "남북 공동번영의 평화협정 체결로 가야"
文대통령 "남북정상회담, 궁극적 목적은 공동번영"
남북 정상회담 앞둔 판문점…김정은 맞이 "분주"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성공 위해 뭐든지 할 것"
남북, 양 정상 첫 악수부터 회담 주요일정 생중계 합의
靑 "남북정상회담서 정전협정→평화협정 전환 검토"
靑 "남북정상회담서 정전협정→평화협정 전환 검토"
통일부 "종전선언·항구적 평화 구축 위해 노력 중"
폼페이오, 3월말 극비리 방북 "김정은과 비핵화 조율"
트럼프 "남북간 종전 논의 축복…북미회담은 6월초"
판 커진 한반도 대화국면…한중관계가 "핵심 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경협·교류보다 비핵화에 중점"
통일부 "남북고위급회담 협의중"…20일 개최 가능성
김기식, 취임 14일만에 사퇴…금감원장 또 불명예 퇴진
우종순 한·중경제협회 회장 "한중, 상생· 공영의 동반자"
文 "세월호 진정한 추모는 안전한 나라 만드는 것"
채용비리 수사에 꽉 막힌 은행 취업문…속 타는 취준생
남북정상회담 전 과정, 국민들에게 실시간 공개한다
中서 역대급 환대 받은 송영길…"시진핑 특별 지시"
남북 18일 실무회담…의전·경호·보도 협의 마무리
김정은, 中쑹타오 접견 "중대문제 심도있는 의견교환"
美국방 "시리아 공습, 작년보다 고강도…일회성 공격"
 
네티즌 의견(0)

※ 저작권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기타 불법적인 글을 게시하는 경우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말

글쓰기
작성자 댓글내용 작성날짜 댓글삭제
 

정정·반론·추후보도 정정·반론·추후보도

    내가 본 최근 뉴스

    드림엑스 뉴스 편집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