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엑스 뉴스 : [칼럼] 욱일기 유감과 노벨 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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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욱일기 유감과 노벨 평화상

아시아투데이 2018-10-11 06:01



[아시아투데이] 방정훈(hito@asiatoday.co.kr)
이황석 문화평론가·한림대 교수(영화영상학)그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해상자위대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내리고 참석하느니 아예 행사에 불참하는 길을 선택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측 입장에선 차라리 모양새가 낳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지키려는 욱일기가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전범기라는 점에서 문제가 봉합되기보다 근본적으로 더욱 확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태평양전쟁 패전 후 와해된 일본군부의 전범기는 자취를 감추나 싶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다시 부활했다. 이러한 배경은 몇 가지 역사적 상황 근거를 통해 찾을 수 있다. 그 첫 번째로 일본은 전후 트루먼 정부의 용인하에 천황제를 존속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정부는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문서자료를 통한 일본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 ‘국화와 칼’을 토대로, 철저한 계급계층사회의 특징을 보이는 일본사회의 특성상 왕을 전범으로 기소하고 천황제 자체를 폐기할 경우, 상당한 저항이 따른다는 판단하에 일본의 구심점이 되는 천황제 유지를 허락했다. 또한 다양한 문화와 민족적 특징을 보이는 일본 열도를 하나의 질서로 통합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메이지 왕 시대의 표준으로 정한 일본의 국기와 전범기가 현재까지 존속하게 된 것이다.
이후 1947년 미국이 선언한 트루먼독트린 체제의 연장 선상으로 한국전쟁 이후 공산세력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써 일본의 역할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자위대는 자신들의 전범기를 자연스럽게 다시 군함에 매달았다. 어찌 보면 루스 베네딕트의 경고와는 달리 패전 후 의외로 순종적인 태도를 보인 일본에 대해 의심을 접을 수 없었던 미국정부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마침내 일본을 신뢰해 냉전체제 하에서의 종속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점, 나아가 일본을 대리로 해 태평양을 수호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적 야심을 숨기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전범기 사용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전범기를 질끈 머리에 동여매고 자신들의 전함을 향해 돌진,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케 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를 경험한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범기인 욱일기를 용인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전쟁기간에 벌인 잔혹한 일본의 전쟁범죄가 은폐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서구의 시선에서 일본이 패전국의 이미지보다 전쟁피해국의 이미지로 구축됐다는 점이다. 일본의 패망은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해병대와 육군의 상륙작전으로 완성되기보다 단 두 차례의 원폭투하로 두 개의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진 후 이루어진 일왕의 전격적인 항복 선언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후 각성된 서구의 시민사회에 부채의식으로 작동해 일본이 책임져야 할 전쟁 중 벌인 수많은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등 만인이 공노할 문제들은 오히려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원폭에 의한 피해국으로서 강렬한 이미지만 남게 됐다. 이와 같은 이미지는 전범국가로서 일본의 행보를 일정 부분 자유롭게 했고, 아시아에 대한 속죄 또한 지지부진해진 원인이 됐다. 원폭으로 수십만의 희생자가 발생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해자들은 마땅히 위로받아야 하고 살아남은 이들 역시 그 참혹함을 증언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참회와 속죄는 별개의 것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위이다.
위와 같은 복합적인 배경하에 현재도 일본의 군대는 일본제국주의와 군국주의 피해 당사국인 한반도에서 개최되는 국제관함식에 전범기를 달고 오겠다고 몽니를 부리다 끝내 오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전범기인 욱일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임이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욱일기 논쟁의 와중에 올해의 노벨평화상 소식이 전해졌다. 평화상은 IS의 전쟁범죄에 대한 생생한 증언으로 세상에 전쟁 성폭력의 악마성을 폭로한 이라크 내 야지디족 출신 인권운동가 무라드와 내전 중에 학대받은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에 앞장선 콩고의 산부인과 의사 무퀘게가 공동수상을 하게 됐다. 특히 무퀘게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은 성폭력과 맞설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뼈가 있는 인터뷰이다. 그런데 일찍이 자신이 겪은 일본의 위안부 성노예 범죄를 만천하에 폭로하고 남은 삶을 진실을 밝히는데 헌신한 김복동 할머니께는 왜 노벨평화상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가? 서구사회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강하게 의심하게 된다. 전범기 논쟁과 같은 선상에서, 이 또한 유감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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