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엑스 뉴스 : [아투탐사] 양육능력 보는 '입양전 위탁'…'예산·인력 전폭 지원해야'

[아투탐사] 양육능력 보는 "입양전 위탁"…"예산·인력 전폭 지원해야"

아시아투데이 2021-01-24 18:30



[아시아투데이] 임유진(lim@asiatoday.co.kr)
홀트아동복지회 22일 김호현 회장 명의의 두번째 입장문을 내고 “책임과 비난을 달게 받겠다”면서 “행복한 미래를 누려야 할 아동들에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홀트 본사 앞./사진=임유진 기자
아시아투데이 임유진 기자 =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전위탁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입양 전제 위탁’으로도 불리는 사전위탁제는 예비 입양부모가 가정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아동과 함께 가정에서 지내는 것을 뜻한다. 한국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져왔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사전 위탁 가정에 대한 행정 관리 공백 우려가 제기됐다.
사전위탁제는 입양 과정에서 아이와 양부모의 애착과정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따른 보완책이다. ‘중단된 위탁이 좌초된 입양보다는 낫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독일의 경우 입양 전 시험양육기간을 의무적으로 둔다. 영국은 입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양부모 적격성 심사 등 주요 부분을 공공기관이 전담해서 맡고 있다. 스웨덴은 외국의 인가받은 입양기관을 통해 아동을 입양하는 경우에도 지방정부가 양부모의 적격성 심사를 한다. 태국도 시험위탁을 거쳐 아동을 입양해야 한다. 이기간 동안 예비 양부모가 적합으로 판단되면 아동입양위원회를 통해 사례조사를 실시한 뒤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아이가 15∼16개월 정도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며 “아이와 양부모의 애착관계 형성을 돕기 위한 위탁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탁모를 하다가 다섯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조영선 가톨릭입양가족협의회 회장은 사전위탁제에 대해 “법으로 입양을 하고 나면 오히려 부담이 되고 굉장히 짓눌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아이를 많이 길러본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긍정 평가했다. 조 회장은 “법적으로 올리기 전에 아이와 지내면서 친밀감을 기르고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뒤에 법적으로 입양을 하니까 오히려 더 성공적으로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 입양 전 위탁제 도입 위한 특례법 개정 추진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입양 전 위탁제 도입을 위한 입양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 다만 일각에선 입양 전 위탁이 자칫 아이를 고르는 ‘입양 쇼핑’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사전 위탁 기간 양부모의 적격성을 평가하는 장치가 부족해 제도 도입 후에도 넘어야 할 할 산이 많다.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지난 2016년 은비(가명·당시 3살) 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도 입양전제 위탁과 절차 소홀 등 국내 입양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난 사례였다. 은비는 두 곳의 입양 전제 위탁 가정을 전전하면서 파양과 학대를 겪고 뇌사상태에 빠진지 3개월 만에 숨졌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이 제도는 아동을 위해서 만든 것이지 부모가 아이를 고르기 위해, 부모를 위해 만든 제도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이것이 아동 중심이라면 당연히 진행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만들어질 어떠한 법도 아동이 최우선이 된다면 어느 입양 가정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미숙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는 “입양 전 위탁은 필요한 것 같지만 몇 개월간 시행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실제 좋은 양부모를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감사는 “최악의 경우 한 아동의 예비 양부모가 여러 번 바뀌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텐데 아동이 겪는 혼란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입양전 위탁 과정 지원책 마련해야

무엇보다 입양 전 위탁 과정에서 각 가정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정서적·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입양가정에 대한 전문 상담 지원 체계와 아동의 생애주기, 양부모와의 애착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입양 부모는 “제가 아는 한 예비 입양부모들이 입양을 취소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반대로 친생부모 쪽에서 ‘그 기간 동안에 내가 다시 키우겠다’고 하면 다시 아이를 돌려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탁기간이 끝나고 법원 판결이 나면 친생부모에게 판결 사실이 우편으로 통보돼 15일 정도 이의신청 기간이 주어진다. 이 때 친생부모가 입양 철회를 요청하면 아이를 돌려보내야 한다”면서 “그동안 아이나 부모나 ‘내 부모, 내 자식’으로 알고 키웠는데 생이별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간기관이 주로 맡아온 입양 절차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전담하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입양인센터를 운영하는 김도현 뿌리의집 대표(목사)는 “정인이 사건은 입양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고, 학대 예방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이 두 가지를 다 손봐야 정인이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김 목사는 “민간기관이 입양 과정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김 목사는 “민간기관이 70년 동안 이 일을 해오며 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면서 “이 기관들로부터 아이들 입양한 입양 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사회가 굉장히 거대하게 조직화 돼있어 정부가 기관의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양 부모가 자격을 제대로 갖췄는지 법원이 조사관을 파견해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아동이 분리되는 과정부터, 입양 부모와의 결연 등 모든 과정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오는 2월 17일에 열린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사진=임유진 기자
◇아동학대 막을 인력·예산 턱없이 부족
입양 절차만 강화할 게 아니라 학대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 회장은 “입양기관의 사후 관리가 형식적으로 흐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입양 기관의 말을 들어보면 인력이나 예산에 있어서 손이 잘 닿지 않아 법적 최소 요건만 충족하는 식으로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동학대 예방 대책과 관련해서는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동 학대 예산의 70% 가량이 벌금과 복권기금에서 나오다보니 들쑥날쑥해 안정적이지 않다. 이런 지적에 따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법무부, 기획재정부, 경찰청, 여성가족부 등으로 분산돼있는 아동학대 예산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부모와 바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컸다. 오 대표는 “동일한 아동학대 사건이 2번 이상 되는데도 신고된 아이들이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80%가 넘는다”면서 “시설 부족과 위탁 가정의 부족 등으로 인해 원가정으로 바로바로 돌아가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오 대표는 “범죄 후 아동이 즉시 분리돼야만 할 경우 공권력을 가진 경찰들이 현장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즉시 분리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입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불식도 과제

현장에선 정인이 사건이 자칫 입양가족 전체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입양가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잘못된 편견과 사회적 분위기 탓에 최근 입양 상담과 진행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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